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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心心相印(심심상인)展  강미선
  Understand each other - Kang mi seon
 

 ■ 2012. 4. 6 ~ 5. 7




 

   
 




강미선의 <관심(觀心)>

: ‘일상의 물상(物像)’-마음을 본다는 것


화병에 꽂힌 가지런한 꽃송이, 장식이 거의 없는 단정한 주발, 거짓없이 소박한 모양의 과일, 색도 말도 없이 묵묵히 둘러쳐진 기와들. 모두 작가가 그려내는 것들이다. 한지의 결과 형상을 자연스레 만나게 하거나, 도판(陶版)에 구워내거나 간에 일련의 형상들은 정갈한 풍취로 그윽하다. 작가의 성품 그대로 과장 없이 곧은 겸손한 손맛들이 그대로 전해진 탓이리라. 열다섯번째 번째의 작품전을 갖는 작가는 늘 그렇듯 무심히 ‘일상의 물상(物像)’을 바라보게 한다. “보는 이는 자기가 보는 것을 자기 것으로 삼지 않는다. 보는 이가 보이는 세계로 다가가는 방법은 오직 시선밖에 없다. 보는 이는 보이는 세계로 통한다.” (메를로-퐁티, 『눈과 마음 』중) 작가의 물상은 그렇게 보는 이로 하여금 바라보게 말을 걸고 보이는 세계와 만나게 하는 정직한 시선의 육중함을 담고 있다.


 


 


 




  
 


‘관심(關心)’에서 ‘관심(觀心)’으로


누구나 만나는 세계의 사물이지만 작가가 보이는, 보여주는 세계의 사물은 이미 다른 의미의 표상이다. 작가의 물상은 자신의 일상에서 손으로, 맘으로, 눈으로 닦여진 이미 존재의 지표인 까닭이다. 일상의 무수한 관계망들로부터 빠져나와 무심히 시선을 던지면, 거기에 있어서, 그것만으로 위로가 되어주었던 물상일게다.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어떤 눈빛으로도 편을 가르지 않아서, 침묵과 균형을 일깨웠던 물상이라 오히려 올곧게 자신을 보게 했을 법하다. 그런 이유로 일상의 물상인 주발이며 접시며 소반이며 기와마저도 자신과 무관하지 않은 응당 마음의 거처인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작가는 <나의 방>연작을 해오며 ‘관심(關心)’이란 명제를 제기해왔다. 누군가 혹은 무엇을 향한 의식의 지향적 태도로서의 그 관심은 하이데거(M. Heidegger)의 ‘괘념(掛念, Sorge)’과 상통한다. 그에 따르면, ‘세계-내-존재’로서의 인간은 항상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배려하고(besorgen), 타인에 대해 신경을 쓰고(fürsorgen), 자신에 대해서 마음을 쓰면서(sorgen) 살아가는 존재이다. 작가 강미선의 <나의 방>에서 드러나는 일체의 물상들은 바로 작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로부터 자신의 내부에 이르는 지향성의 꾸준한 여정으로서의 관심을 투영한 것이다. 가장 가까이 가족과 지인 그리고 자신이 거하는 일련의 세계를 무관심하듯 의식하며 배려하는 작가의 삶의 태도가 그대로 묻어있는 명제-관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그녀는 한지에 정직하고 견고하게 쓴 ‘관심(觀心)’이란 명제를 보여준 적이 있다. 직관적으로 자신의 작업에 보다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정념의 순간을 즐기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자 그대로 ‘관심(觀心)’의 관(觀)은 볼 견(見)과 올빼미 관(雚)이 만나 ‘올빼미처럼 응시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심(心)’은 정신이 존재하는 심장 모양을 한 마음을 일컫는다. 작가는 자신에게로 시선을 고정하고, 마음을 응시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불자(佛者)의 수행처럼 마음 가득 꿰어진 실들 가운데 유독 자신의 실을 더 오래 더 깊이 바라보며 마음의 길 닦기에 열중인 듯 보인다.
 


 

   
 



 


일상의 물상, 경계를 넘어


한지와 수묵의 질료로 빚어내는 작가의 그림은 때로는 한지의 속성으로 하여 때로는 붓질의 운행으로 하여 정갈하면서도 견고한 느낌을 특징으로 한다. “그는 한지를 여러 겹 발라 올리면서 한지 고유한 물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려는 시도를 지속한다. 결이 거친 종이를 몇 차례 발라 올리면 표면 자체가 불규칙한 작은 돌기들로 마치 화강암의 표면과 같은 재질을 보인다. 그는 이 위에다 이미지를 시술하기도 하고, 화면 전체를 은은한 수묵으로 다진 후에 이 위에다 이미지를 올리기도 한다. 따라서 그의 화면은 약간 투박하면서고 깊이를 지닌 한지의 물성이 두드러지게 구현된다.” 오광수의 이러한 설명처럼, 작가는 한지에 대한 애착과 적극적인 실험을 꾸준히 해 오면서 질료적 속성을 스스로 응용하며 자신의 빛깔을 만들어왔다. 가장 부드러운 지점에서부터 가장 질긴 생명성을 발현해내는 작가의 집요하고 은근한 내성이 한지의 그것과 닮은 것도 같다. 


 

   




 

작가에게 지지대에 대한 변화와 연구는 자신이 그려내는 일상의 물상들과 호흡하는 까닭에 더욱 중요하다. 얼마 전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옻칠이 입혀진 한지도 꺼내 보여 주었다. 마치 새롭게 지기(知己)를 발견한 것인 냥 반가워하면서. 은은하게 이미 자연의 빛을 머금은 그 지지대위에 작가는 배, 감, 소반, 주발 등을 담아내고 있다. 오랫동안 찾고 만지작 거리며 그렇게 조금씩 질료의 경계를 넘어 또 다른 지지대에 자신의 물상을 꺼내 놓기를 지속한다. 작가의 도판(陶版)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작가의 호기심과 탐구욕으로 이미 20여 년 전부터 시작된 흙과 불의 도자작업은 한지 위에서 먹과 물이 풍요와 절제의 묘미로 발현되는 것과 같이 흙 위에서 시간과 온도에 의한 발색의 순리를 따른 것이다. 더욱이 이와 같은 도판 작업은 한지에서 나타나는 즉발적인 효과와는 달리 불과 시간의 조건에 따라 결정되기에 기다림의 여정에 익숙해지게 한다.” 2006년 작가의 도판에 대한 필자의 진술로부터 최근에 갖게 된 궁금증은 왜 도판으로의 질료적 관심이 확장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작가는 자신의 도판이 결코 일상의 삶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일상의 물상으로서의 대상성 뿐 아니라 작가의 인연들 가운데 매개적 상황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다기(茶器), 식기(食器), 화기(花器) 등과 같이 일상에서 함께 하는 기물(器物)이자, 가까운 지인들이 만져온 흙이라는 질료의 친숙함이 매체의 확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자신의 성품대로 작업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더라도 결코 특정, 한정된 질료만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표현에의 유연성이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한지와 도판이라는 매우 다른 질료적 속성에도 불구하고 간결하고 단순한 형상화나 정서적 전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한지에서 붓이 가져다주는 긴장과 집중이 도판에서 불과 함께 드러나는 발색에의 기다림과 여유로 전이하거나 상호 순환하면서 더 깊이 자신에로 집중하게 한다. 


 

 


 

마음을 본다는 것

문득 방금 구워낸 도판의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둘둘 말린 보호자재를 걷어내며 눈과 마음 전부를 새로 구운 형상을 향하는 작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작가는 그렇게 자신의 작업을 한지이거나 도판이거나 간에 집중하고 바라보며 탄성과 후회를 번갈아할 것이다. 모든 일상의 사물들 가운데서 작가는 자신의 시선으로, 손으로, 만지며, 그린다. 물론 일상의 물상이 작가에게 대상화 되는 것은 그 안에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심부재언시이불견(心不在焉視而不見)’, 즉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란 말이 있다. 작가는 자신이 그린 물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헤아릴 것이다. 또한 이심전심으로 편하고 정직한 작가의 물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들의 세계로 시선을 두는 통로가 되어 그들 역시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게 한다. 작가의 견고한 형상이 건네는 힘은 그 관심(觀心)의 전이를 무한히 확장하는 데 있다.


박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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