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목재로 되살려낸 삶의 이야기

나인주 작가 '길(Path)'전
 
 
 
  산복도로 마을.갤러리 폼 제공

- 자투리 나무에 고운 색 입혀
- 감천마을·광안리 등 풍경 재현

거친 손맛이 나는 폐목재에 아크릴 물감을 칠해 만든, 인정 넘치는 부산의 산동네 풍경. 나인주 작가가 2011년 봄 '휴먼 드라마'전에서 소개한 감천마을이다. 작가는 2010년 부산의 감천마을을 비롯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당시 체험했던 산동네 주민들과의 깊은 교감과 온기를 작품에 불어넣고자 했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작가는 산동네 풍경 속 이웃과 그들의 소박한 삶을 보여주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광안리 해변과 같은 복잡한 도시 이미지도 함께 들고 왔다. 갤러리 폼(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선보이는 '길(Path)'전은 산동네 풍경과 더불어 도심 속 길 풍경 등 동떨어진 사물을 이웃하게 펼쳐 보임으로써 부산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전시장 중앙 벽면에는 아기자기, 옹기종기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마을풍경이 벽면 전체에 펼쳐져 있다. 버려진 자투리 나무로 만든 오래되고 가난한 마을 이미지는 산 전체가 집으로 가득한 부산의 한 마을에서 빌려 왔다. 작가는 이 마을 이미지를 초록으로 칠해진 벽면에 집합적으로 붙였다. 빡빡하게 있는 동네의 집들을 벽면에 이어 붙여서 전체가 하나인 것처럼 보이게 하고,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강조했다. 주민들은 모두 12지신의 캐릭터로 구현됐다. 12지신은 사람이 갖고 태어난 성격을 예견하는 상징물로, 작가는 띠로 대변되는 사람의 관계에 늘 관심이 많다. 반면 빌딩들이 늘어서 있는 평지에는 자동차들만 지나다닌다. 바닷가를 따라 좌우 양끝에는 눈에 익숙한 호텔, 식당, 커피숍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길' 전은 이렇게 서민 동네인 감천마을과 복잡한 도시를 상징하는 광안리 해변 길을 대조했다.

"공간,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 작가는 "서울에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트팩토리 인 다대포에서 공공마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할머니와의 추억이 서린 매축지 마을을 떠올렸고, 최근 30년 가량 살았던 광안리 인근으로 작업실을 옮기면서 과거 이곳의 모습을 떠올리게 됐다. 꾸준히 작업했던 감천마을이 과거의 부산이라면, 현대식 건물과 자동차들로 번잡한 광안리는 현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전시에서는 부산의 과거 흔적과 현재의 길을 기록처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오픈스페이스 배'의 작가들. 갤러리 폼 제공

지난 여름 5개월간 오픈스페이스 배(부산 기장군 일광면)에서 외국작가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경험했던 내용도 작품으로 풀어냈다. 마을에서 주운 고풍스러운 나무 프레임 위에 오픈스페이스 배가 그대로 옮겨져 있고, 각 작가의 성격과 생활습관은 그들의 띠로 유머스럽게 그려졌다. 술 담배를 끼고 누워 지내던 마카오 작가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용으로, 4차원 성격의 중국 작가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홀로 고고히 걸어다니는 쥐 등으로 표현됐다. 버려진 나무목재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 속으로 자꾸만 빨려들어간다. 오는 21일까지. (051)747-5301
 

국제신문  2013-01-07 게재

임은정 기자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30107.22020192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