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범화된 사회…당신은 몇개의 가면을 하고 있나요

    김다인 '얼굴' 주제로 개인전, 내달 3일까지 부산 갤러리폼

 
 
      
     김다인 작가의 'head at picnic'
 
 
그는 오랜 시간 영국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비교적 자유롭고 관대한 사회적 시스템에서 교육을 받았고 그 문화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한국(부산)으로 돌아와 대학시절을 보내는 동안 자신이 내비친 표정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깊은 좌절을 경험했다. 그때 알았다. 일련의 사회적 매너에서 '표정'은 개인의 감정을 배제한 얼굴을 체화하고 연출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김다인 작가가 가면(얼굴)을 작업 주제로 삼게 된 계기다. 그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얼굴은 규범화된 사회적 표정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사회가 요구하는 얼굴을 적극적으로 연출해야만 했던 작가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작품 속 얼굴들은 표정 없이, 무미건조함 그 자체로 표현된다.

갤러리폼(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두 번째 개인전 '헤드 드림(Head Dream)'전을 열고 있는 작가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작품을 풀어냈다. 우선 '헤드 다이어리(head diary)'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사진 작업이다. 다양한 가면을 쓴 작가와 그의 지인들이 공원, 마트,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 들어가 태연하게 다양한 몸짓을 연출한다.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은 개그맨들이 느닷없이 공공장소에 뛰어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하는 개그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익명의 인물이 된 가면 속 사람들은 자유롭고 이질적인 행동을 기탄 없이 취하고 일상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면을 직접 제작하고 연출한 작가는 "가면을 씀으로써 인간의 원래 본모습을 드러나게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김은경 씨는 "타인에게도 가면을 씌워 익명의 인물로 재탄생시키면서 감정이입될 수 없는 얼굴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식별불가능한 표정은 사회적 매너에 대한 조롱"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회화작업 '헤드 드로잉(head drawing)' 시리즈다. 가까이에서 볼 때만 얼굴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무한반복되는 작은 얼굴들이 기계적으로 증식되는 느낌이다. 작가는 전시 제목에 대해 "여러 개의 'head'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져 나가면서 욕망, 꿈을 향해 가는 모습"이라고 말한 뒤, "지금도 사회적 관계망에서 다양한 얼굴을 연출하고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하는 우리들에게 고유한 정체성이 존립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달 3일까지.  (051)747-5301 
 

국제신문 2012-8-9 게재
 

임은정 기자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20809.22022195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