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Object by Art>

                                                                     임지영(예술학, 미술비평)

 
매번 색깔 있는 기획으로 참신한 작가들을 소개해 온 갤러리 폼(Form Gallery)의 이번 전시는 <Natural Object by Art>. 다섯 작가들의 생각과 꿈, 혹은 상상 속에서 유희하던 동물들이 전시장으로 걸어 나와 노닐고 있다.
 
 
갤러리 폼 전시광경
 
아무리 「배변의 기술」을 알려주어도 심드렁하게 한쪽 다리를 든 채 전시장 바닥에 볼일을 보는 강아지들과, 실례를 하고도 마치 모르는 일이라는 듯 웅크리고 앉아 있는 새침한 고양이들, 「번식의 기술」이 보통 대단한 게 아닌 어미 돼지와 그 자손들이 작가 손현욱의 손을 거쳐 위트 있는 작품들로 탄생했다.  아기 돼지들이 어미 돼지의 젖을 물고 있는 장면을 보노라면 과연 납작한 철판에서도 강한 생명력과 모성애는 피어난다.  손현욱의 작품들은 차가운 철을 재료로 하여 만들어졌지만 연출된 장면들의 친숙함 때문인지 따스함이 전해진다.
 
 
 손현욱, 「번식의 기술」_철에 채색_85x30x30cm_2009
 
한편, 김정민의 작품들은 모두 「기억집합체」라고 명명된 나무 조각들의 집합체다.  이번 전시에는 큰 개와, 똥개, 검둥개 들이 나들이를 했다.  김정민의 조각들은 완성된 형태가 분명한 대상을 드러내고 있기에 일견 형상에 초점을 맞춘 작업, 말하자면 '개'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갈고 다듬어 의도한 형상을 탄생시킨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작가는 꿈이나 기억 속을 떠돌던 제 각각의 이미지 파편들을 퍼즐처럼 끼워 맞춰 가고, 그렇게 더듬더듬 기억을 쫓는 과정에서 상상력이 보태어져 자유롭게 이야기를 구성한다.

                         
             김정민,  「기억집합체」_미송합판 우레탄 도장_5m 이내 가변 설치_2008
 
전시장 한 켠의 어딘지 낯선 생명체. 머리는 작고 몸집이 커다란 정체 모를 동물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강창호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상상동물을 등장시켜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순수」라는 이름의 이 동물은 어쩐지 기분에 따라 자세와 몸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 같은 구석이 있다.  보호색인지 주목받으려는 색인지, 강창호의 동물은 그 모습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상상동물은 그 이색적인 모습 때문에 때로는 경계심을 줄 것도 같지만 강창호의 동물은 '나를 보아요. 나는 아주 순수하고 아름답죠?'라고 노래하며 손짓하는 듯하다.
 
 
 강창호, 「순수」_mixed media_110x30x110cm_2009
 
김지문의 지도 작품들을 보면서 누구나 한번 쯤 들 법한 생각은 바로 우리나라 전도를 호랑이에 비교하여 국민들에게 용맹스러운 기상을 드높이려 했던 일일 것이다.  여기, 작가 김지문이 세계지도 속의 대륙 분포도를 조금 비틀어 소나 돼지의 형상으로 바꾸어 놓은 발상이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심장하다.  문득 인간의 육식주의를 파헤친 어느 작가의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라는 책의 제목이 떠오를 만큼, 김지문의 작업은 인간이 휘두른 자연에의 횡포에 대한 인간적인 자기반성과 동물들을 향한 애도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먹고 걸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소와 돼지들이 제공해 온 세월과 그 막대한 양을 생각하면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인간들의 넋보다 소와 돼지들의 넋이 더 깊이 새겨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지문, 「THE WORLD #1」_종이에 잉크_97x162cm_2009
 
임지빈의 「Slave」연작들은 동물 모양의 토이(toy)를 등장시켜 현대 소비사회의 단면을 조명하고, 그 안에서 욕망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노예 신세로 전락한 현대인들의 안타까운 자화상을 보여준다.  곰이나 돼지의 얼굴들은 일정한 모양의 틀 안에 박제된 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간은 왜 우리를 끊임없이 소유하고 소비하는가?' 특히 유명상표와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거쳐 재탄생한 명품 장난감들은 원래의 효용가치 보다는 욕망과 숭배의 대상이 되고 만다.  임지빈은 명품 소비를 정체성 확인의 도구로 삼는 현대인들에게 과연 그러한 소비형태가 진정 '필요'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허영'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임지빈, 「Slave」_합성수지, 자동차 도료_30x35x20cm_2010
 

 
 
                                                                                             미술세계 4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