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물이 던지는 정서적 울림
 
강미선 '심심상인'전, 갤러리폼
 
 
                 
                     옻칠한 한지에 그림을 그린 강미선의 '차'                                               갤러리폼 제공
 
소반 위에 놓여있는 꽃잎, 접시 위에 담겨있는 소박한 과일들, 화병에 꽂힌 꽃송이, 장식이 거의 없는 단정한 주발. 때론 한지 위에, 때론 도판 위에 정갈한 풍취로 그려져 있다. 그 느낌이 소박하면서도 정겹고, 겸손한 듯하면서도 다정다감하다.
갤러리폼에서 전통에 대한 고민을 통해 우리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작가 강미선(51)의 '심심상인'(心心相印) 전이 열리고 있다. '심심상인'이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다는 뜻. 묵묵한 가운데 관객과 서로 소통하는 작가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장을 채웠다.
작가의 작품이 던지는 가장 큰 매력은 '일상의 사물이 던지는 정서적 울림'. 작가는 이를 한지나 수묵, 도자 작업을 통해 담아낸다.
작가가 그려내는 것은 소박한 물상이 던지는 아름다움. 자연에 순응적인 작가는 "가장 자연스러운 것을 그려내기 위해 한지를 택했다"고 했다. 먼저 한지에 옻칠을 해 그 위에 그려낸 작가의 물상은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물이지만, 그의 붓끝을 통해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약간 투박하면서도 깊이를 지닌 한지의 물성에 의해 그 느낌은 두드러진다.
한지와 수묵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작가의 그림은 때로는 한지의 속성 덕분에, 때로는 붓질의 운행 덕분에 정갈하면서도 견고하다. 그 때문일까? 관람객의 마음속엔 일상의 물상인 주발, 접시, 소반, 과일마저도 자신과 무관하지 않은 마음의 거처로 살포시 자리 잡는다. 이심전심이다.
자연의 색을 머금은 화폭. 작가는 그렇게 배, 감, 소반, 주발 등을 화폭에 담아냈다. 예술이 생활과 다르지 않고 생활이 예술과 다르지 않은, '삶을 닮은 예술'을 지향하는 작가의 심정이 오롯이 읽힌다. "그림이란 편안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는 사람 역시 그래야 하고요. 생활 속 만나는 재료들을 소재로 사용한 것은 그런 이유죠."
작가는 전통 재료가 지니는 한계를 넘어 또 다른 재료를 통해 자신의 물상을 꺼내 놓았다. 바로 도자기판. 한지에서 도판으로, 소위 매체의 확장이다. 작가의 호기심과 탐구욕으로 이미 10여 년 전부터 선보인 흙과 불의 도자작업은 한지 위에서 먹과 물이 풍요와 절제의 묘미로 발현되는 것과 같이 흙 위에서 시간과 온도에 의한 발색의 순리를 따른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도판이 결코 일상의 삶과 별개가 아니라고 한다. "다기(茶器), 식기(食器), 화기(花器) 등과 같이 일상에서 함께 하는 기물(器物)이자, 가까운 지인들이 만져온 흙이라는 질료의 친숙함이 도판으로 눈을 돌리게 한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한지와 도판이라는 매우 다른 속성에도 불구하고 간결하고 단순한 형상화나 정서적 전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한지에서 붓이 주는 긴장과 집중이 도판에서 불과 함께 드러나는 발색의 기다림과 여유로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
그의 작품을 두고 미술 비평가 박남희는 "담백하면서도 사물을 통해 자기를 투영해 볼 수 있는 관조 가능한 작품"이라 했다.
이심전심으로 편하고 정직하게 다가오는 담백한 그림.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간결. 정갈하면서도 그윽하게 다가오는 형상.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들의 세계로 시선을 두는 통로가 돼 그들 역시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게 한다. 어려운 그림이 아닌 쉬운 일상의 그림. 친숙한 사물들의 은근한 소곤거림을 들어보시길.
▶심심상인(心心相印) 전=5월 7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갤러리 폼. 051-747-5301.
 
                                                                                                 정달식 기자 dosol@
 
                                                                        부산일보 2012년 4월 16일 월요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