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나무토막 예술로 꽃피다
 
 
 
 
가로 15㎝, 세로 20㎝ 정도 크기의 나무토막이 아담한 집으로 변했다. 이런 나무토막 10여 개가 모이니 근사한 마을 풍경이 된다. 마을에는 카페도, 세탁소도 있고,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는 의자도 있다. 그러고 보니 푸른 뒷동산도 보인다. '미니어처'를 보는 듯하다. 갤러리 폼에서 전시 중인 작가 나인주(39)의 '휴먼 드라마'(Human Drama) 전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부산 사하구 감천동 '태극 마을'과 인연이 깊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마을미술 프로젝트-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의 사업대상지로 선정되었을 때, 부산의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으로서 마을에 예술의 숨결을 입히는데 동참했다.


토막 10~30개에 마을 담아
빽빽한 판자촌 감천동이
무대
"소박한 사람들의 삶에 관심"


이번 전시는 바로 이 '태극 마을'이 주인공이다. 나무토막을 이용해 우리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감천동의 모습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들을 그려낸 것.

소재는 버려진 나무토막이다. 부산 사하구 무지개공단 내 문화창작공간인 '아트팩토리 인 다대포' 입주 작가인 나인주는 어느 날 우연찮게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목공예가 박태홍이 땔감용으로 버린 나무토막을 보고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작품은 배경이 될 1~2㎝ 두께의 편편한 나무
합판 위에 집이나 가게 등 마을의 풍경을 그려 넣은 나무토막을 10~30여 개씩 얹었다.

 

부산 사하구 감천동 '태극 마을'의 모습을 나무 토막을 이용해 표현한 나인주의 작품.
     작은 사진은 '쥐띠 갑장할머니들의 잡담'. 갤러리 폼 제공

계단을 따라 빽빽하게 들어선 판자촌인 감천동 마을이 작품 속에 직접 옮겨놓은 듯한 생생함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오래된 느낌이 나도록 나무 표면을 사포로 문지르기도 하고 '빈티지한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 나무껍질이나 나뭇결을 그대로 두기도 했다.

다만, 마을 주민들의 모습은 그가 즐겨 그려왔던 토끼, 소, 말, 돼지 등 12지상으로 대체했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재해석을 통해 동화적, 우화적인 느낌으로 읽히기도 한다.

작가가 태극 마을을 작품으로 재현한 것은 단지 마을 프로젝트에 참가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소박한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태극 마을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할머니와
부모님의 고단했던 삶, 그리고 제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 또한 그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죠. 제 외할머니 댁이 산복도로 좌천동이었습니다."

작가는 태극 마을의 삶의 단편들이 할머니의 품속과 같은 따뜻함으로, 때로는 짠한 쓰라림으로 다가왔을 터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 작품들의 내용은 작가에게 있어서는 살아온 여정에 대한 추억인 셈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훈훈해 보이는 마을의 모습. 하지만 실제로는 힘든 생활을 거쳐야 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작가는 그 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기보다는, 그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소박한 사람들의 일상의 소소함. 그 속에 느껴지는 사랑. 마음이 따뜻해진다.

▶휴먼 드라마(Human Drama) 전=6월 1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롯데갤러리움 3층 갤러리 폼. 051-747-5301.


                                                                                                 2011-5-17 게재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