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위로 받고 싶다"
조각가 박진성이 본 '대한민국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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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성의 '별이 빛나는 밤에'.
 
 
40~50대 중년 남성이 울고 있다면 어떤 표정일까. 가장으로, 직장인으로, 남편으로, 아빠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중년 남성들은 울고 싶어도 맘껏 울지 못 한다. 힘들어 속상한 일이 있어도, TV나 영화를 보다가 눈물이 나도 언제 그랬냐는 듯 딴청을 피우며 내색하지 않는다.

겉으론 웃고 있는 것 같지만 속으론 눈물을 삭이는 아버지가 여기 있다. 그 아버지는 나만의 아버지가 아니기에 우리는 그를 '아저씨'라 부른다.

갤러리 폼이 마련한 조각가 박진성의 '아저씨'(AJUSSI) 전은 울고 싶어도 맘껏 울 수 없는 대한민국 40~50대 아저씨의 마음을 읽는 공간이다.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로 아저씨의 애틋한 표정을 담아낸 전시 작품은 모두 15점.

전시장에 들어서면 얼굴엔 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고 머리엔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모습으로 아이 같은 얼굴을 한 중년의 아저씨가 반긴다. 서민의 삶과 정서가 그대로 묻어있는 영락없는 이웃 아저씨다.

두 팔을 벌리고 눈을 감은 채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아저씨. 오랜 가뭄으로 애태우던 농군이 비가 내리자 손을 활짝 벌리고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표정이다. 또 다른 모습으로도 읽힌다. 소리 내어 울 수도 없는 아저씨가 소나기를 핑계로 두 손 활짝 벌리고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은 눈물인지, 빗물인지 분간할 수 없다. 눈물이면 어떻고, 빗물이면 어떠랴.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모습이 똑같은 두 사람이 서로 애틋하게 마주보는 장면이다. 한 사람은 눈물을 흘리고 있고. 반대편에 있는 이는 눈물을 머금은 채 상대의 뺨을 어루만지며 위로 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은 아저씨의 심정을 자화상을 통해 담아냈다고나 할까. 작가는 "자기 자신에게라도 위로 받고 싶은 아저씨의 심정을 담았다"고 했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땅이 꺼져라 한숨짓는 아저씨의 표정도 보는 이의 마음을 애틋하게 만든다. 벤치에 앉아 외롭게 담배를 피우며 한숨짓는 모습은 낯설지가 않다.

작가가 묘사한 인물의 얼굴 표정을 보면 깊게 팬 주름이 보이고 눈가에는 눈물방울이 보인다.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흔들어도, 술에 취해 있어도 그 기분 좋은 표정 뒤로 아저씨의 얼굴엔 언제나 눈물이 촉촉하게 맺혀 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말이다.

서른 살도 안 된 나이에 이런 애틋한 표정을 담아낸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특별히 모델을 두고 작업을 한 건 아닙니다. 제가 느껴왔던 애잔한 기억을 담아 주변에서 흔히 보는 중년 도시인의 모습을 그려 본 것이죠."

한데, 작품을 본 여성들이 더 애틋해 한다. "오히려 아줌마들이 봐야 할 전시네."

▶아저씨(AJUSSI)=7월 16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롯데갤러리움 3층 갤러리 폼. 051-747-5301.
 
                                                                                                                               2011-06-23 게재
                                                                                                                          정달식 기자 dos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