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장 되짚어 보기] 관객은 좋은 작품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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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성의 '괜찮다 괜찮다'. 갤러리 폼 제공
 
이거다 싶은 전시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걸 보면 전시도 여름 문턱에서 비수기로 접어든 것 같다.

그 와중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아리랑 갤러리에서 전시했던 조환의 개인전이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오는 20일까지 열흘 더 연장 전시하기로 했다는 것.

전시

비수기에도 조환 개인전 연장 전시
중년 심정 녹여낸 박진성도 호평
작품과 주제 부조화·중복 전시 등
일부 갤러리 무성의한 자세 씁쓸

연장 전시 소식이 뭐 그리 대단할까 싶겠지만 이 소식을 전하는 큐레이터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화랑이 생긴지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관객의 발길이 이렇게 잦은 적은 없었습니다. 지역 신문이나 방송은 물론이고 미술 전문가들부터 대중까지 모두 뜨거운 관심을 보였어요." 그러면서 "관객들이 좋은 작품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미술평론가 강선학도 조환 전을 '근래 최고의 전시'라고 꼽았었다.

6월 화랑가에서 손꼽을 전시는 갤러리 폼에서 진행됐던 조각가 박진성의 '아저씨'(AJUSSI) 전. 작가는 가장으로, 직장인으로, 남편으로, 아빠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중년 남성들의 마음을 아저씨라는 인물 속에 제대로 녹여냈다. 대한민국 40~50대 아저씨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었다.

아트갤러리 U에서 전시했던 우징의 개인전('철, 시멘트, 그 거침과 부드러움에 대하여')도 인상적이었다. 철 작업 후 발생하는 쇳가루를 버리지 않고 고이 모아 꽃으로 탄생시켰던 것. 관객들은 버려진 쇳가루가 살아 숨 쉬는 듯한 꽃으로 탈바꿈한 그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의아스런 전시도 눈에 띄었다. 센텀아트스페이스와 갤러리 서림에선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이미 다른 갤러리에서 전시했던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다른 갤러리에서 봤던 김중식과 임상진의 전시였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작품 성향이 다르거나 대중에게 많이 노출되지 않은 작품이라면 얼마든지 서로 다른 갤러리에서 전시할 수 있겠지만 전시된 작품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몇몇 다른 갤러리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다. 씁쓸함을 넘어 당혹스러웠다.

최근 들어 갤러리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지만, 이 중에는 해운대의 모 갤러리처럼 전시 주제와 전시 작품의 부조화를 보여주는 사례도 있었다.

전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었다.

이런 전시가 결국 지역 미술계의 질을 저하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은 수요자의 당연한 요구다. 컬렉터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라도 지역 화랑가의 부단한 노력과 자성이 필요하다.

지난 2년간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국내 미술시장은 여느 때보다 암울하다. S갤러리와 재벌 그룹의 고가 미술품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을 비롯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화랑 불법 대출 사건 등으로 무엇보다 화랑가는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안팎으로 미술시장과 화랑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례 없이 확산되는 분위기이기에 더욱 화랑가의 분발을 촉구하고 싶다. 참, 빠진 게 하나 있다.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대안공간 반디가 하루 빨리 갈 곳을 정해 지역 미술계에 반딧불을 환하게 밝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1-06-23 게재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