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로 만든 馬' 동양화를 그리다

금속망 누르고 펴 말 형상 만든 뒤 조명 투사해 벽면에 '수묵화' 창조
 


- 박성태 작가 갤러리폼에서 전시회

근육질의 말들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만주벌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 장면이 갤러리에 재현되고 있었다. 전시장은 이미 30여 마리의 말발굽 소리가 요란한 광활한 대륙이다. 당장이라도 달려나올 듯한 말들은 하나같이 갈기를 휘날리며 하늘로 치솟거나 질주하는 형상이다.

한참을 보고 있으니, 보는 각도에 따라 겹쳐진 그림자가 빚어내는 변화무쌍한 형상이 기존 회화나 조각 작품과는 다르다. 한 마리 말 그림자가 달리고, 그 밑의 말이 달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말들이 질주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예술의 환영(illusion)이 실상과 허상을 공존케 해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작품이 가볍디 가벼운 그물망으로 만든 조형 작품이라는 것. 쫙 펼치면, 모기장과 같은 평면이지만 작가의 손을 거치는 동안 거친 숨을 내뿜는 입체적 말로 거듭났다.

갤러리폼(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부산 첫 전시를 열고 있는 박성태 작가(51). 1960년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광주항쟁 이후 줄곧 '죽음'을 주제로 설치작품을 했다. 지필묵(종이와 먹), 한지 캐스팅(한지 점토를 이용한 조형작업), 테라코타(점토를 구운 것)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한 '인간'의 형상으로 실존과 부재, 실상과 허상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보여주면서 국내뿐 아니라 중국 미국 영국 독일 등 국제적으로 활발한 전시를 해 오고 있다.

자유자재로 소재를 변용하는 작가가 10여년 전부터 주목한 것이 바로 철망이다.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등의 금속망을 이용해 인체나 말의 형상을 표현하는 것. 작가는 "철망에 스케치해 자른 다음, 그 형태로 대나무 도구를 이용해 누르고 폅니다. 힘의 강도에 따라 근육의 피부와 힘줄, 뼈 등이 나타나죠. 첫 전시때는 날줄을 제대로 풀어헤치지 못해 말 갈기가 뽀글뽀글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답게 그의 작품은 동양화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철망의 씨줄과 날줄에 의해 말의 깊이가 만들어지고, 그 위에 빛(조명)이 투사되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물과 먹, 화선지가 아닌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수묵화가 흰 벽면(화선지)에 펼쳐지는 셈이다. 오는 31일까지. (051)747-5301 

 
                                                                                                                            2011-10-03게재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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