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부드러운 서정의

 

최선호 '화가로 산다는 것'
2011-11-22

 





 



최선호 작가의 동양적 정서와 서구적 형식을 접목시킨 미니멀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장 풍경. 갤러리폼 제공.



"화가로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림을 팔아야 생계를 이어가는데 그림이 구멍가게 과자처럼 아무나 사는 것이 아니다. 그림은 싸다고 팔리는 것도 아니고 비싸다고 안 팔리는 것은 더욱 아니다. … 화가는 고독하다. 화가로 산다는 것은 가난과 불안과 광기로 자신의 삶을 고독하게 만든다. 그래서 화가는 영원히 삶의 아웃사이더다.", "나는 전업화가다. 매일 그림 그리고, 그림 같은 세상 속에 산다. 세상은 온통 그림이다. 그림속의 나는 곧 그림 밖의 나이기도 하다. "

특이했다. 갤러리 폼(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화가로 산다는 것' 전을 열고 있는 최선호 작가. 도저히 제목으로는 작품의 경향을 예측할 수도 없을 뿐더러, 작품 해설집도 설명대신 작가의 단상으로 메웠다. 이에 대해 작가는 "제목이 친절한 작품보다는 느낌, 임팩트가 강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리고 작가가 어떤 정신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작업노트를 상세히 적었다"라고 말했다. 아웃사이더인 '화가로서의 삶'을 속속들이 글로 적으며 공감대를 이루고자 하는 작가, 작품세계는 어떨까.

그는 단순한 화면과 절제된 색채를 바탕으로 한국적 미의식이 배어 있는 서정적 '색면추상화'를 선보여왔다. 면의 크기는 철저한 계산에 의해 황금분할을 꾀했고, 검정과 청색, 붉은색과 노란색 등의 그윽한 색감은 연한 물감을 여러번 칠하는 방법을 통해 얻었다. 작가의 깊은 상념과 노력의 흔적을 대변하는 듯, 겹겹이 쌓인 색채와 그 색채 너머에 겹쳐 있는 독특한 공간감을 통해 작품 전체가 살아나는 느낌이다. 작가는 면과 면 사이를 간섭하는 색 또한 최적의 비례와 균형에 맞춰 의식적으로 집어넣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림은 서양적 미니멀리즘에 가까우면서도 동양적 깊이가 느껴진다. 이는 20년간 줄곧 추구해온 동서양의 만남이며, 서울대와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후 뉴욕에서 현대미술과 아방가르드미술을 접해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특히 작가는 '블루'에 깊이 매료돼 있다. 김환기 작가가 즐겨 쓴 '환기 블루'가 너무 좋아 자신만의 '블루'를 찾아 헤맸다는 작가는 "블루는 보는 이를 명상적이고 사색적인 분위기로 이끌면서 작품으로 빨려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블루는 다시 노랑과 주황을 만나 서로를 보완하는 등, 작품 전체에는 우리의 전통 색상인 단청과 오방색의 색조가 만들어낸 한국적인 미감이 흐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모빌도 선보이는 등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전시장을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다음 달 10일까지 전시. (051)747-5301

국제신문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