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 이두식 작품전
 
아름다운 선의 미학이다. 선에 음률이 있다면 어쩌면 이런 편안함 또는 경쾌함일지도 모른다. 드로잉음악의 선율로 다가온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갤러리 폼에서 열고 있는 'Margins of Life-이두식 드로잉'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이자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인 이두식(64). 최근 발을 다쳐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할 처지가 됐지만, 드로잉 작업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다.

그의 드로잉은 열린 자유로움과 즉흥적 감흥을 선사한다. 큰 키에 부리부리한 외모를 가졌지만 섬세한 감정의 선을 느낀다. "분석적이고 철학적이면서 생각을 많이 하는 미술보다는 감성적인
회화 쪽에 가깝다"는 그의 말이 드로잉을 통해 읽힌다.

인물의 특징은 잘 압축되어 있고
소묘의 선은 속도감 있게 그려져 경쾌한 리듬감으로 다가온다. 굵고 가는 모필의 흔적은 대담하면서도 거침이 없다. 드로잉 작품은 오방색의 화려함에 수채화와 물의 융합까지 더했다. 서양화가이면서도 동양적 기법이 묻어난다. 도구도 연필, 목탄, 모필에 볼펜까지, 가리지 않는다.

"흔히 화가는 드로잉을
공부의 출발점으로 삼죠." 그는 화가의 본질을 묻는 드로잉, 즉 소묘작업을 종교인처럼 하나의 의식으로 간주한다. 그러기에 마치 일기를 쓰듯 습관처럼 연필을 잡는다고 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그의 1970년대 작품부터 2011년까지. 특히 1970~80년대 씨앗 같은 식물을 정밀하게 묘사한 '생의 기원'을 통해 그의 미술 인생을 엿볼 수 있다. 그의 그림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 이런 드로잉 과정을 거쳐 추상적인 작품이 탄생했구나' 하고.

드로잉을 병행하는 이유는 화가다운 손의 기술,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의 작품에서 생기 넘치는 선이 그림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장악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번 전시는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교육적 의미도 강하다. 그가 드로잉 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전시 공간에서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삶에 있어 호흡이 필요하듯 작가에게 있어 드로잉은 생존의 호흡이죠. 그렇게 중요합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도 드로잉 작품 아닙니까. 그림에서 드로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컴퓨터건축 설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사람의 얼굴 모습 하나를 잡기 위해 그었던 수많은 드로잉 흔적을 보면,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다.

그의 드로잉 작품은 제자나 지인, 이웃들, 여인, 주변의 사물 등 일상을 포괄한다. 한국의 전형적인 여성을 비롯해 생활과 연관된 인물의 얼굴도 많이 묘사한다. 그는 "내 그림 속엔 잔소리가 많이 들어가 있다. 앞으로는 조금 더 담백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나이 칠십이 되면 사람의 얼굴을 주제로 전시회도 갖고 싶다"고 했다.

▶'Margins of Life' 이두식 드로잉전=2월 23일까지
부산 해운대 우동 롯데갤러리움 갤러리 폼. 051-747-5301. 정달식 기자 dos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