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서 만나는 '감천동 마추픽추'
나인주 작가 '휴먼 드라마'展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연장
다음 달 13일까지 갤러리 폼


 
 
  부산 감천동 태극마을 '마추픽추'를 묘사한 나인주 작가의 '일요일 아침 산책'. 갤러리 폼 제공
볕이 따뜻한 허름한 가게 앞에 두 할머니가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쥐띠 갑장인 둘(얼굴을 쥐로 표현)이, 여기로 시집와 산 지도 벌써 50년이 넘었다. 모든 건물과 도로, 가로수 등도 세월의 흔적만큼 바랬다. 산 아래로 성큼성큼 걸어 내려오는 파스텔톤 등산복 차림의 사내가 이 동네 사람이 아님은 유치원 어린이도 안다('쥐띠 갑장할머니들의 잡담').

어슴푸레 석양이 진다. 골목길 어귀에서 뛰놀던 아이들도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따라 남편의 퇴근이 늦다. 칭얼대는 아기를 들쳐업은 (닭띠) 아내는 집 밖으로 나왔다. 저 멀리 터벅터벅 (말띠) 남편이 돌아오고 있는데, 어깨가 축 처져 있다. 오늘도 힘겨운 하루를 보낸 가장의 모습이 안쓰럽다('퇴근하는 남편 기다리는 아내').

갤러리 폼(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전시 중인 나인주 작가의 조각작품 'Human Drama' 전을 보고 나면, '이 마을'의 일상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생생하다. 노란 산복도로 찻길 옆을 따라 조깅을 하는 '일요일 아침 산책', 더운 여름 다리를 평상에 터억 걸치고 앉아 수다 떠는 주민을 표현한 '평상에서의 대화' 등. 숨 쉴 틈 없이 빼곡히 붙은 집들은 하나같이 세월의 더께가 앉아 낡고 허름하지만, 그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서는 구수한 밥 냄새가 난다.

나 작가가 갤러리로 옮겨 온 '이 마을'은 지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의 '마을미술 프로젝트-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사업지로 선정된 부산 사하구 감천동 태극마을이다. 아트팩토리 인 다대포의 입주작가이면서 지난해 태극마을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가한 작가가 자신이 해석한 색깔로 갤러리에 그 마을을 펼쳐 보인 것이다. 재료는 인근 목공소에서 가져온 나무와 아크릴 물감. 일부러 깎아내거나 다듬지 않은 목재소의 버려진 나무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각양각색의 마을을 재현하는 완벽한 소재가 됐다. 동네 사람들은 십이지신으로 표현, 동화적이면서도 우화적으로 나타냈다.

나 작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많았다. 어린 시절 외가인 매축지마을을 오다니면서 봐온 그들은, 힘든 생활에서도 따뜻한 정이 흘렀다. 작업을 통해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가족'의 의미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공미술 작업을 하면서 몇 달간 동네 주민과 어울려 교감하고, 작업이 끝난 뒤에도 자연스럽게 왕래를 했다. 그 과정에서 주민과 교감하는 생활 속 예술, 재개발이 아닌 보존과 재생의 관점에서 문화마을 만들기에 더욱 애정을 갖게 됐다.

갤러리 폼 김경선 대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상업 갤러리가 새로운 공공미술로의 역할을 해나가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기획했다.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한국의 마추픽추, 산토리니 마을을 전시장에서 손쉽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3일까지 전시. (051)747-5301
                                                                                                     
 
 
 

                                                                                 

                                                                                        2011-5-17   게재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